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James and the Giant Peach, 96

한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헨리 트로터’, 이제 막 6번째 생일을 맞이한 소년이다. 제임스의 자상한 부모는 아이의 생일 선물로 팸플릿 한 장을 내놓는다. 제임스의 자상한 부모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그려진 팸플릿을 건네주며 제임스에게...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08

수없이 많은 뱀파이어 영화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그러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펼쳐보였던 영화는 단연 〈노스페라투, 1922〉다. 영화의 마지막, 오를록 백작은 미나의 피에 취한 채 아침을 맞이하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맞으며 연기처럼 사라진다....

자유로운 세계 It’s a Free World…, 2007

“영국은 힘든 곳이야” 폴란드 이주노동자 캐롤의 말이다. 영화 속에서 이 대사는 캐롤이라는 개인의 핍진한 삶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캐롤의 앞에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단기 고용 노동자를 알선하는 앤지가 있다. 이제 막 인력업체를 시작한...

월·E WALL-E, 08

영화가 시작되면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가 등장한다. 그냥 뒤덮인 게 아니다. 온갖 인공위성의 잔해들이 지구를 포위하듯 뒤덮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인공위성 쏘아 올리기 경쟁이 시작된 80년대에 이미 제기된 이미지다. ‘우리의 대기권은 각종 인공위성의 잔해들로 뒤덮이게...

다크 나이트

“나는 혼돈(chaos)을 선택했지” ‘조커’의 말이다. 영화 《다크 나이트》는 조커의 뒷모습으로부터 시작해 ‘배트맨’의 뒷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혹은 범죄의 시작을 알리면서 낯에 시작된 영화는 범죄가 끝나는 밤에 끝을 맺는다. 이것은 일반적인 범죄영화의 규칙과는 좀 다르다. 당연하지만...

판의 미로 Pan’s Labyrinth, 06

전쟁을 다룬 수많은 작품이 내비치는 공통의 감정은 ‘허망함’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커트 보네거트가 『제5 도살장』에서 끝없이 읊조리는 “그렇게 가는 거지”, 혹은 레마르크의 『개선문』에서 끊임없이 싸구려 와인 칼바도스를 마시는 ‘라비크’, 아니 이들 풍경을 조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07

가장 더딘 변화를 보이는 공간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그건 서부다. 그건 마치 존 포드의 공간을 휩쓸며 다니는 존 웨인의 주변과 브로크벡 마운틴의 언저리가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와도 같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놈놈놈 — 황금광 시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이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라고 한다. 그는 이 영화의 촬영을 앞둔 인터뷰에서 한국식 웨스턴을 찍을 배경으로 만주를 떠올렸으며, 이미 선행한 선배들의 작업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만주를...

추격자, 08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다 보면 ‘살인의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이 없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살인의 추억은 각종 텍스트를 통해 접하거나 혹은 주변적 체험을 통해 얻은 것이지 실제 ‘살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살인의 추억은...

악질 경찰 Bad Lieutenant, 92

세계는 어떻게 구원의 가능성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벨 페라라가 만든 『악질 경찰』을 언급할 때 가장 흔한 정의로 ‘구원과 속죄(이 순서가 뒤바뀔 때 전혀 다른 영화를 설명하는 것이 된다)’를 말한다. 구원과 속죄는 개인의 내면에 관계한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