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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결말은 위험한가?(스포일러)

리뷰
작성자
작성일
2021-11-23 17:53
조회
61
지옥의 결말은 부부가 희생하고 아기가 살아나며 변호사가 그를 구출하고 탈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눈오는날, 가장 낮은곳에 새로운 생명이 임하는 것은 다분히 어떤 종교를 의식한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그것 조차 클리셰겠죠.

저는  연상호x최규석 콤비중 누구의 입김으로 이런 결말이 나왔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습니다. 결말까지 포함된 줄거리를 글로만 읽는다면... 무난하고, 이 어두운 세상의 한줄기 빛을 보여주며 끝나는 전형적인 엔딩같아 보이겠지만, 제가 주목하고자 하는것은 두사람의 성향과 작품 전체의 태도입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작품의 분위기가  '돼지의 왕'을 비롯한 염세적인 작업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주축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실제로 지옥의 원전이 된 단편은 연상호 감독의 졸업작품이니까요) 일찍이 '사랑은 단백질'이라는 우스꽝 스러운 이름을 가진 블랙코메디로, 자기 자식을 후라이드 치킨으로 튀겨 판매하는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그렸던 최규석 작가 역시 만만찮은 사고의 소유자입니다. 이번 드라마화 과정에서 기존 웹툰의 그림을 맡았던 최규석 작가가 극본을 맡은것으로 두사람은 단순한 스토리-그림의 관계가 아니란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의 두사람이라면 신생아고 뭐고 얄짤없이 잿더미가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변호사의 허망한 시선으로 작품을 끝냈을거라 생각하지만,  신파라고 놀림을 받을지언정 사람들의 마음에 눈물한방울 적셔줘서 달달한 돈맛을 볼수 있는걸 알아버린 것으로... 아니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걸 알아버린 어른들은 그런 무책임한 작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일단 남의 돈 이니까요^^

여기서 주목해야할것은 전반적인 극의 톤앤매너입니다.

지옥은 시청자가 적당히 넘어가 줘야하는 영화적 허용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세계입니다. 이건 현실이 아니고 판타지야 라는걸 일깨워 주려는듯,  등장인물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허술한 전개는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일단 넘어가줄게'라는 말을 여러번 되뇌이게 만듭니다.

이것은 소재의 판타지성과는 다릅니다.  예를들어 마지막 시연을 준비하기전에 주인공들이 준비하러 간 허름한 아파트의 주인이 변호사로 하여금 치를 떨게할 사람이었다는걸... 전세계적인 조직과 싸우는 사람이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않았다는데에서 놀라고, 그전에 굳이 얼굴을 드러내서 PD가 추적할 여지를 주는(믿을수 있는 사람이야 - 뭘 보고?) 것에서 놀랍니다. 대체 4년이란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 허술함을 뭉개고 넘어가게 만드는 것중에 하나가 자극적인 폭력묘사입니다. 자극적인 양념으로 어딘가 부족한 맛을 대충 무시하고 다음 자극을 찾게 만들게 합니다. 원작 작가의 성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옥의 잔인함은 가학적입니다. 그 가학성은 상당부분 폭력을 전시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폭력장면은 폭력의 주체와 대상을 누군가가 바라보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게 커피를 마시던 일반 시민이든, 광신도이든, (다소 허술하게 느껴지지만 뭔가 엄청 심각하게 묘사된)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아버지이든 말이죠.

영화 사상 가장 잔인한 장면이라고 평론가들이 말하는 '돌이킬수 없는...'의 강간장면을 고통스럽고 힘든 장면으로 만든 요소중에, 목격자가 시선을 회피하는 순간임을 상기해본다면... 관객을 영화속의 폭력속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관찰자를 배치하는것은 지극히 의도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은 우리를 계속해 가학적인 폭력의 한가운데로 우리가 놓여지게 합니다. 죽음을 전국민앞에 생중계하고, 노인의 머리를 야구배트로 부수고, 아이를 제물삼아 정의를 실현한다 부르짖고... 작중에서는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고지를 받는다고 하지만 (천사에게건 인간에게건) 유독 잔인한 죽음으로 내몰리는것이 사회적 약자들인 것은 우연일까요?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그토록 여과없이 표현하고자 한것은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려고한 선한의도라고 생각해야할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거기서 길티플레저를 느끼는 것일까요?

바짝 타버린, 한때 인간이었던 -심지어 유기물도 아니고 지구의 것이 아닌 무기물이 되버린- 잔해의 머리를 툭툭 떨궈내는 장면까지오면(그것도 두번이나!) 연상호 감독이 좀비영화를 하게 된건 필연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는,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지~ 대충 애기는 살리잖아~ 라는 불과 5분전의 드라마와 전혀 다른 결말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지나가던 택시기사의 개똥철학은 덤이구요.

저는 지옥을 재밌게 본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위에 언급했던 가학적인 폭력묘사나, 사회적 약자들을 포르노처럼 전시한 행태등에 대해서 별로 분노를 느끼지 않습니다. 작품 내적으로 필요했고,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과는 다른이야기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의... 한줄기 희망따위로 면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유아 구출 시퀀스는, 현란하게 흔들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 카메라워크와 가짜눈으로 만들어낸 holy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저에겐 기만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기만이 있기에 엔딩 스탭롤이 올라갈때 저도 안심 할 수 있었던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구 싶기는 하지만 ... 끝이 좋으면 모든게 좋은 것일까요?

지옥(2021) - 연상호/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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